야 신난다~


자주 들락대는 오디오 커뮤니티에서 이런걸 한다는 소식을 보고 냅다 신청했다

얼마전에 있었던 서울 국제 오디오쇼를 위해 수입사가 젠하이저에서 잠시 빌려온 물건이랜다

그때는 주변이 어수선하고 여러사람이 줄서있어서 별 아쉬움 없이 그냥 넘어가고 울트라손의 에디션시리즈만 듣고 왔었는데, 결국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비교를 위해서 동원된 HD800은, 내 취향을 떠나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헤드폰 제조사인걸 인정은 해줘야 마땅한 젠하이저에서 자신있게 내어놓은 현행 플래그쉽이자 200만원이 약간 안되는 무자비한 가격을 자랑하는 물건이다그래도 스피커 기준으론 입문자용 아이템정도 수준

근데 거기까진 좋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가 안됐다


오르페우스는 최초 출시가격도 가격이지만 희소성도 너무 커서 꿈조차 꾼적이 없었고 언제든 여유가 된다면 스탁스의 오메가2 정도는 장만해두고 싶었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오메가시스템을 쓴다고 이런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겠나싶은 절망생각마저 든다

아마 무빙코일과 정전형이라는 구동방식의 차이 때문에 전혀 다른 소리가 나왔고 내가 거기에 홀려 이렇게 단정적으로 주장하게 된걸수도 있지만, 예전에 잠깐 한 5분정도 들어봤던 4040(이었나?)도 이정도로 심각하게 특별하지는 않았었거든


소재나 두께나 무게가 어느정돈지는 모르겠는데, 정전형 헤드폰에 들어가는 발음체의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부분은 정말 얇고 가볍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습자지나 주방용 랩하고 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진 해봤다

정전형 스피커든 헤드폰이든 내손으로 분해해서 들여다본적이 없으니 역시나 모르겠는데, 그렇게 얇고 가벼운게 떨면서 소리를 내야 하니 흐물거리지도 않을테지


어쨌건 들어봤고 얘기하는김에 요것이 움직이는 원리까지 살펴본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5개 작동부위가 있는걸 알 수 있다

그것들을 우리말로 고치고 뜻을 풀어보면,

audio input - 오디오신호
step-up transformer - 승압장치
diaphragm - 진동막
grids or stators - (구멍이 뚫려있거나 여러 칸으로 분리된)고정자
EHT voltage -
스파크가 날 정도로 전압이 높은 (정)전기


이렇게 된다

이정도만 해도 어느정도는 감이 올테지만 각각의 기능을 좀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audio input - 오디오신호
소스기기의 신호. 내지는 그게 프리앰프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오디오신호
구분을 위해 Line Level 신호라고 일단 부르자
참 근데 헤드폰 말고 정전형의 스피커같은 경우는 파워앰프의 출력을 받는 모양이다
뭐 이래 이거 헷갈리게 
step-up transformer - 승압장치
일반적인 헤드폰과 스피커가 사용하는 라인레벨신호는, 아주 대강 평균잡아 2볼트 이하의 전압과 1와트 안팎의 전류량으로 전송되는 오디오신호의 규격을 말한다
이 안에서 또 급이 갈리는것도 같지만 그런건 몰라도 좋고, 하여간 컴퓨터나 음감용 휴대기기등에서 나오는 신호도 여기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웬만하면 이 신호를 그대로 받아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보통 쓰는 스피커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라인레벨 신호를 파워앰프를 이용해서 증폭을 시켜줘야 한다
스피커를 구동시키기 위해 증폭된, 즉 파워앰프에 들어갔다 나온 신호의 전압은, 알 필요가 없는거라서 그런건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으니 넘어가자
하지만 전류량이 어느정도나 되는지는 알 수 있다
앰프 스펙에 보면 몇십이네 몇백이네 하는 와트숫자가 나와있잖냐
정전형 시스템에서 이것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증폭)절차가 바로 이 승압장치이다
주어진 라인레벨신호의 모양에다가 마치 순대속처럼 전류를 빵빵하게 채워넣어서 양을 뿔리는 일반적인 파워앰프의 작동방식과 달리, 정전형 시스템은 전압만을 잔뜩 높이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규모에 따라 전압을 몇백에서 최대 약 3000볼트까지 잔뜩 추켜올리고 전류는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그런데 전압만 있고 전류가 없는 전기를 흐르지 않고 그자리에서 파팍! 튀긴다는 이유로 정전기라고 부르잖아
어원인 electro-static에서 electro는 전기를 뜻하고 static이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있는 靜에 해당하는 의미인데, 이로 미루어서 정전형 스피커가 내는 소리의 특색을 짐작할 수 있을듯 하다
단, 정확히 하자면 밑에 설명할 EHT voltage, 즉 초고압의 (정)전기를 이것과 묶어서 이해해야 한다
정전형 스피커의 구동이 무빙코일등의 더 보편적인 방식보다 한단계 복잡하더라고
아무튼 쭉 읽어주세요
diaphragm - 진동막
방식이 어떻건 외형이 어떻건 스피커는 스피커니까 결국 소리를 내야 한다
소리는 물리적인 움직임 혹은 떨림인데, 신호를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변환하려면 결국 최종적으로는 어떤 물체가 움직여야만 하잖아
그래서 정전형 스피커에도 진동막은 있다(이런식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을 포괄해서 아날로그소자로 부른다. 아이폰에 들어간 자이로센서랑 큰 틀에서 같은 범주에 속해)
그런데 다른 방식에서 쓰이는 진동막과 정전형의 진동막은 몇가지 차이점이 있다
아니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능력으로는 세가지밖에 알아낼 수 없었다
우선 모양이 존나 다르다움직여서 소리를 내는 부품, 즉 진동막에 그걸 움직이게 하는 부품(구동부)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것이 첫번째인데, 때문에 규모를 어느정도 이상으로 크게 만들어도 무척 가벼운 무게를 유지할 수 있어서 해상도가 탁월해진다
대충 보니까 상용화된 발음장치중에 출력량에 대한 진동막 자체만의 무게가 가장 가벼운 종류인것 같드라
하지만 반대로 묵직하고 빠릿하게 움직이는 기존 무빙코일에 길든 감상자에게는 너무 흐늘거리고 무기력한 음색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단다볼더사면 해결된대요
그리고 두번째는 넓은 평판의 진동막 전체에서 고르게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다짜고짜 라인어레이가 겹쳐보인다. 난 아마 안될거야


이처럼 상대적으로 소리가 덜 확산된다
요 이미지를 찾아낸곳의 설명에 따르면, 넓은 평판음원의 전체를 통해 소리가 나게 됨으로써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소리가 확산되는 정도가 낮은(지향각이 좁은)특성이 나타난다고 한다더라
어두운데서 손전등을 켜고 벽 바로 앞에다 빛을 쏘면서 뒷걸음질을 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벽과 가까울때엔 좁은 면적에 걸쳐서 눈부시게 밝지만, 거리가 어느정도 되고 나서는 밝은 부분이 더 넓어졌고 또한 벽의 색깔정도는 분간할 수 있을만큼 덜 밝잖아
그리고 빛이 넓게 퍼지는 손전등은 한걸음한걸음의 차이가 큰데 반해서 거의 빔처럼 좁게 쏘는 손전등은 덜 퍼지는 그만큼 계속 빛이 집중되어서 계속 강한 밝기가 좁게 유지되겠지
소리가 많이 확산될수록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음압은 반비례해서 낮아지게 되는데, 따라서 정전형 스피커는 확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무빙코일보다 거리에 따른 소리크기의 차이가 무척 적어서 스윗스팟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는게 실제 연주현장의 사운드스케이프에 보다 가까운 특성이란다
하지만 실컷 써놓고 보니 헤드폰과는 상관없겠군
그리고 세번째.
역시 헤드폰이랑은 상관이 없는건데, 크로스오버가 없어도 된다
저음을 보다 많이 보다 강력하게 잘 내기 위해서는 진동막의 넓이가 아주 넓어져야 하고 재료값이나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력도 훨씬 많이 필요할것 같은데, 그래서 무빙코일방식의 서브우퍼를 저음역 보강용으로 추가해놓은 제품이 있기도 하니까 그런 경우라면 물론 중저음대 어디쯤에 적용되는 크로스오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끝장을 보는 꼬라지가 아니라면, 역시 2웨이나 3웨이정도 되는 보편적인 스피커보다 저음의 양과 힘에서 조금의 손색이 있고 많이 비싸되 우리 청각이 가장 민감하고 모든 소리의 색 차이를 좌우하는 2000~5000Hz 어디쯤을 손상시키는 크로스오버 없이도 음악을 제대로 듣기위한 대역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grids or stators - (구멍이 뚫려있거나 여러 칸으로 분리된)고정자
역시나 스피커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 바로 고정자이다
제자리에 땋악! 고정된채로 움직이는 부품과 서로 밀고당기는 역할을 하는건데, 무빙코일은 진동막 뒤에 박혀있는 영구자석이 이 역할을 한다
정전형의 고정자는 진동막의 앞뒤에 가까이 대어놓은 판인데, 여기에 +와 -가 교대로 깜박깜박 들어가서 진동막을 밀고 끄는 기능을 하고 이때 진동막에서 소리가 나게 되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 소리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막혀있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구멍을 뚫거나 작은 판 여러개를 약간씩 간격을 두어 배치하는 식으로 만들게 되는데, grid라는 명칭이 굳이 주어진건 후자의 경우를 칭하기 위해서이다
헤드폰은 판의 크기가 작으니까 그냥 구멍뚫어서 만드는것 같다
그리고 곁들여서 비슷한 얘기를 또 덧붙이자면, 이거 전송되는 신호가 공연장에서 주소 사용하는
밸런스드 전송이랑 대체로 흡사한 형식이다
오르페우스나 스탁스의 헤드폰을 잘 보면 선이 합쳐서 여섯가닥이잖아
한쪽당 들어가는 선이 세가닥인 셈인데, 즉 구동을 위해 세종류의 신호가 필요하다는 뜻인거잖아

다른점은, 밸런스드는 +, -, 0의 세가지 신호를 도선을 통해 넘기되 최종적으로는 -를 뒤집어서 
언밸런스드의 게인 2배어치에 상당하는 +×2와 0의 두 신호를 활용한다는 것이고, 정전형은 +와 -를 그대로 살려서 앞판과 뒷판에 각각 보내 둘다 쓴다는거랑 움직임의 기준점에 해당하는 세번째의 신호의 전위가 그라운드와 같은 높이의 0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다는거 두가지야
물론 전압규격도 엄청나게 다르지만 그얘길 하려는건 아니었고, 어쨌건 얘네들처럼 +의 正방향과 -의 뒷방향의 두가지를 동시에 만들거나 전송하는걸 포괄해서 push-pull방식이라고 부른다
밀고당기고ㅇㅋ? 
전압이 졸라게 높다 이말이다

이런식으로 소리를 내는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이런 전기

아무튼 대충 ↗이럴 정도로 높은 직류전압을 진동막에 가해서 유지시킨다
이렇게 진동막이 전기를 머금고 전위가 일정해진 상태를 유지시키는 특징으로 인해서 정전형을 달리 Condenced, 즉 축전형으로 부르기도 한다지
그건그렇고 왜 스파크영상을 굳이 보여주냐면, 멀티미디어 시청각의 수단으로 재미와 학습의 두가지 효과를 노린거기도 하지만 정전형이 쓰는 신호가 그냥 전기가 아니라 전류성분을 거세한 정전기의 양태라는걸 확실히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헤드폰이라면 판이 작지만 스피커라면 넓이가 상당히 나올것이고, 진동막 자체의 질량이 아무리 적어도 걔가 
공기저항같은걸 이겨내고 빠릿하게 따라오도록 바로 앞에서나마 원격으로 움직이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거든(뭐 이런느낌?)
하지만 전류량으로 이만큼의 에너지를 내도록 만들었다가 뭐 하나 삐져나오거나 고정자랑 진동막이랑 느닷없이 철퍽하고 붙어서 합선나면 좃되는거잖아
물론 고전류 부왕~(니 목소리보다 한옥타브 낮음) 이 아니라 고전압저전류의 파팍! 이더라도 쇼트나면 망한다는게 달라지진 않겠다만, 대충 사건사고사례들을 되짚어보니 확실히 전류가 더 위험해
그리고 곰곰 생각해보니 이유가 또 있을것 같다
아무래도 가청주파수를 제압하는 정전형 스피커 특유의 아주 빠르고 정밀한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내가 공학자가 아니라 짐작할 뿐이지만 기판 녹여가면서 전류뭉탱이 주무르는 것보다 때리고 바로 빠지는 전압으로 열었다 닫으며 승부보는게 더 수월할것이 뻔히 보인단 말이야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결국 옴의 법칙에 따라 전류를 낮추고 그만큼 줄어든 에너지를 전압의 높이로 보상하는 컨셉이 되었다는, 훈훈한 경과다
그런데, 위에서 진동막을 앞뒤로 포위하고 있는 고정자가 번갈아 +와 -로 깜박거려서 진동막을 밀고 끈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진동막으로 들어가는 전기가 한쪽 극성으로 고정되어야만 한다(우리에게 익숙한 무빙코일은 자석으로 이부분을 해결하기 때문에 얘보다 단순하다)
물론 당연히 직류니까 한쪽 극성만을 띄는 수밖에 없지

그 결과,

push-pull해서 요렇게 움직입니다 고갱님


다른건 위 그림이랑 똑같이 다 있는데 파란색 DC bias라는게 새로 보이지?
그리고 EHT전압은 없잖아
둘이 같은거다
참고로 DC는 일정한 전압으로 고정되는 직류를 뜻하고, 여기서의 바이어스는 그 직류의 전위를 강제하는 역할인데 편향기라는 우리말(인척하는 한자어)로 돌려 표현할 수 있대

여기까지를 대강 정리하자면, 진동막에는 한쪽 극성의 전압이 일정하게 계속 걸려있고 얘를 앞뒤에서 포위하고 있는 고정자에는 교대로 +극과 -극이 들어왔다 나가는거다

그러면 진동막은 한쪽의 반대극성 고정자와는 서로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다른쪽의 극성이 같은 고정자와는 서로 밀게 되지

그런데 이렇게 밀고끄는 작용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고정자는 
진동막의 앞뒤로 이름처럼 딱 고정되어 있고 +와 -극이 계속 뒤바뀌니까, 진동막만 지혼자 앞뒤로 갈팡질팡을 할거 아니냐

적어도 진동막 짊어지고 움직이는 무빙코일보단 무게가 훨씬 덜할테니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떨면서 원음의 신호에 보다 근사한, 어쩌면 힘없이 나풀대는 움직임을 취하게 되겠지

아무튼 이런 메카니즘으로 소리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진동막에 인가된 전극이 저쪽 위의 회로도에는 +극이고 요기있는 움직이는 그림에서는 -극이다

이건 어떻게 하든간에 조응하는 다른 컴포넌트(고정자)의 위상도 뒤집어끼우면 다를게 없으니까 상관없는듯


..는 아무튼 됐고, 여기까지랑 관련깊은 정전형 외 다른 발음장치들에 대한 이모저모를 옛날부터 꿈지럭대며 쓰고있다

시간 한가하셔서 거기도 한번 보시면 고맙습니다


용두사미 격이지만 본론인 헤드폰의 소리에 대한 얘기를 이제 시작한다

애석하지만 들러리 비슷한 처지였던 HD800은, 비싸고 멋지고 훌륭하다는 면에서는 甲이었지만 그래봤자 그냥 좋은 헤드폰에 불과하다

청음회는 1시간동안 두명이서 30분씩 번갈아 듣는 식이었는데, 가기 전에는 내심 HD800쪽을 먼저 들으면서 한번 놀라고 오르페우스로 또한번 자지러지는 2단 팬티환복신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먼저 도착했던 다른분이 순서를 미리 정하셔서 오르페우스를 먼저 듣고 두번째로 HD800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내 계획대로 들었다면 아래 이어질 HD800의 감상평이 좀더 좋게 이어졌을지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어쩔 수는 없는거 아니겠냐

몇분정도 잠깐 얻어들은건 제외하고, 내가 어느정도 파악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정도로 오래 쓴 헤드폰중에 특색이나 용도로 깜이 될만한 수준을 꼽아보자면 AKG의 K501, 베이어다이나믹의 dt880 구형, 울트라존의 pro650, 에티모틱리서치의 ER4-S 이렇게 네가지가 있었다는걸 일단 까고 시작한다

그런데 이중 맨 뒤에건 귀 안에 집어넣는 이어폰이라서 비교해버리기 어색하고 울트라존은 음향적 만족도나 가격대에 따른 관습적 등급같은걸 떠나서 음색이 지나치게 멋대로라 역시 뺀다

나머지 K501과 구형 dt880은 이런거 좋아하는 누구라도 그분 개인의 취향을 떠나 어쨌건 중립성이나 퀄리티의 측면에서 비교의 기준으로 삼기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할것 같다

적어도 소리의 기준으론 아닐망정 헤드폰비교의 기준은 되지 않겠냐 이얘기다

같이놓고 번갈아 듣지는 않았지만 내가 걔네들의 톤과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 치자

리고 나에게 익숙한 둘과 HD800 모두 최대한의 원음재현을 바탕에 깔되 회사의 특색이나 비싼만큼의 만족도도 약간은 긁어주는 목적인 하이엔드답게 큰 틀에서는 거의 비슷했었다

아니, 비슷한건 성격이고 걔네 둘보다 확실히 좋다

이것저것 엄청나게 많이 똑같은 기준으로 측정해버려서 자랑스러운 어느 커뮤니티의 리뷰에 따르면 중음의 일부 영역에서 극소하게 소리가 덜 나온다고 하지만 난 그런건 잘 못듣는다

음악의 총체로 비교하려고 아주 많이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들어서 거의 외운거나 마찬가지인 야니의 Voces라는 앨범을 가져갔었다

이상하게 국내에 라이센스가 안된거라 아는분은 거의 없을것 같다

말로 대충 설명하자면 너무 클래시컬하지 않으면서 때때로 화끈하게 뻥뻥 작열하는 팝오케스트라와 신서사이저 또는 피아노를 기본으로 거기에 드럼셋, 퍼커션, 베이스기타, 파라과이하프, 재즈브라스 몇종 정도가 추가되는 구성이고, 개성강한 보컬단원 4명과 남미 각지의 레전드급 가수 여러명, 잘 모르겠지만 추가로 또 그동네의 세계구급 세션 연주인 몇명도 참여한 음악이다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다양한 보컬들의 음색, 보통 팝송보다는 폭넓은 음장과 대역폭과 에너지, 락이나 EDM에 준하는 저음역의 양과 힘, 야니 전매특허의 기묘하되 당대적이고 얼핏 꼰대같지만 존나 담백한 그리스뽕끼가 어떻게 들리는지 느껴보고 싶었다

한번 더 군소리를 하게 되는데,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HD800을 먼저 들었었다면 분명히 플레이를 누르자마자 아주 놀랐을 것 같다

고가의 오디오기기가 다 그렇듯 숫자에 비례해서 확확 차이가 벌어지는게 아니라서 그만큼씩 뛰어날수가 없고 기백만원 하는 다른 헤드폰도 사정이 같지만, 어쨌건 따로 들었다간 그렇게 많이 비싼것도 무릅쓰고 질러버렸을 정도로 뭐가뭔진 모르겠지만 좋다!

볼륨을 상당히 작게하고 들어도 킥드럼을 칠때마다 컵에 덮인 뺨에까지 뭐에 눌린 감각이 전해질 정도의 강한 타격이 있었고, K501로 경험해오던 전보다 목소리같은게 약간 작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주 선명하고 솔직하게 전해져왔다

따로 이렇다저렇다를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골고루 뛰어난 음향적 강점이, 보통 한 50만원정도 하는 각 제조사의 레퍼런스 및 전세대 플래그쉽급들을 한두수쯤의 격차로 간단히 압도해버릴 정도로 발휘된다

해상도, 재현력, 농밀도, 임장감, 생동감, 공간감, 정위감 등등 뭔뜻인지 이해도 못하는 주제에 나불거려본 저런 요소들의 모든 부분에서 전부다 최강일망정 어디에 꿀릴리는 절대 없을것 같다

특별한 장르 적합성은 (개인적으로 )없다

내가 K501로도 메탈이며 테크노며 그냥 들어버리고 그저 좋아하는 성격이다

일렉트로니카는 DJ헤드폰으로 들어야 제맛이고 락은 그라도로 듣는게 최고라는 얘기를 하는분이 많은데, 장르얘기 나누시는 그분들에게 나도 예전에 그랬던거 시치미 떼면서 짬뽕 맛있게 먹으려면 고춧가루를 왕창 쳐야하고 커피에 우유타고 설탕넣는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지탄받을 바보짓이냐고 한번 여쭤보고 싶다

아니 그냥 내 견해는 이런다

아울러, HD800은 비싼만큼 다행히 뭔가 한쪽에서 뛰어난 대신 다른게 좀 아쉬운 전문직개성파나 모든면에서 적절하게 고만고만하고 별건 없는 올라운드가 아니라 어느것 하나 쳐지거나 모자라거나 하다마는게 없고 전부 다 제대로 해치우는 올라운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그래도 울트라존의 불가사의인 밑바닥 음역대의 소름돋도록 민감한 반응능력이나 그라도의 킵롸킹막무가내스러운 맛, 유흥업계의 고수익 프로페셔널보다 여대 1학년이 더 매력적인것과 맥락이 같은 AKG의 색기(이렇게 표현하는게 망발인줄은 알지만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내이도의 빡빡한 이물감만큼 고통스럽도록 정확한 ER4 등등, 한줄로 세워서 등수를 매길 수 없는 다양한 특성과 그에 대응하는 기호가 존재하고 HD800이 아무리 잘나봐야 하나갖곤 전부 해결할 수 없는게 또 사실이긴 하겠다

그리고, 신품으로 팔리던 가격을 비교하면 K501의 약 9배, dt880의 4배정도 되는 금액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차라리 그돈으로 앰프사고 40~50만원대 레퍼런스급 두세개HD600+HD650를 구비하는게 더 재밌을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이제 자제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됐다


어쨌건 지금까지 잠깐이나마 들어봤던 헤드폰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만족스러운건 아니었지만 가장 잘났다

뭘 듣고 어떻게 활용하건간에 무조건 전부다 뽕빨나게 잘 때워줄 수 있는 다재다능 무결점의 최강한방을 지금까지는 dt880으로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값이 왕창 늘어나긴 했지만 HD800이 더 낫다

오르페우스는 물론 열외다

이제 단점을 꼽자면, 내가 한국인 성인남성 평균보다 작은 루저이고 머리통도 그만큼 작은데 이 헤드폰은 심하게 거대해서 그냥 봐도 커다랬지만 머리에 써보니 정말 컸다

귀 주위만 감싸는게 아니라 얼굴 옆부분이 전부 덮인다

상당히 편하게 잘 설계한 구조라서 무겁다는 얘기는 공감이 안됐고, 정수리같은데가 찍혀서 아프거나 턱 뒷쪽의 오목한 틈이 벌어져서 저음역이 제대로 안들리거나 머리를 흔들다가 떨어져버리지도 않는다

밴드를 끝까지 줄이면 나보다 조그만 어린아이라도 딱 맞을것 같고, 최대로 늘리면 홍만이형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지도..

결론은 다 좋은데 부담스럽게 너무 크고 너무 비싸다

그리고 베이어다이나믹 T1과 울트라손의 에디션시리즈, 입지가 좀 덜하지만 그래도 그라도의 GS1000과 PS1000까지 포함해서, 가격과 평판을 기준으로 맞먹을만한 다른 헤드폰이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상황에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젠하이저가 아니라 총대메고 앞장선 울트라존의 잘못(!?)에 가깝지만, "최고급 헤드폰은 무조건 HD800이지!" 라고 말할 수 없다는게 또한 아쉬운 부분이겠다

그리고 실컷 찬사를 늘어놓은 후의 뒷통수같아서 정말 미안한 얘긴데, 같은 비용으로 한대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나는 T1을 선택할거다


그리고 오르페우스

그제어제오늘 사이에 이거갖고 오만생각들을 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뭘 더 주절거리는걸 못하겠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할말이 짧아서 다행이다

원로가수 강산에님이 얼마전 방송에서 하신 얘기를 내가 인터넷찌라시를 통해 봤었는데, 악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신다더라

왜냐하면 음악은 듣는거니까

또한 극동아시아의 최종병기 임재범님께서도 나는 가수다에서 비슷한 한마디를 하셨는데, 음악을 판단하지 말고 즐기라는 주장이었다

그러한 관점대로, 나는 오르페우스로 들었고 그러면서 참 즐거웠다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고


어떤 사람들은 모르고 있으면 당할까봐, 또는 가만히 있으면 뒤쳐질까봐, 아니면 다른 루트와 방향을 통해 더 많이 파악하게 되면 그로인해 더욱 강렬한 쾌감을 발견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로 스펙공부나 바꿈질에 매진하고, 또 다른이들은 가벼이 휘날리는 미사여구따위를 싸잡아 외면하며 자학하듯 도닦듯 복지부동을 행하고 있다

그들이 함정에 빠져든것을 보며 내가 한 생각은, 본말은 필연적으로 전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먼저 만족하면 무얼 해도 기쁘고 행복한데, 불만스럽거나 찝찌름한 기분을 왜 굳이 밖에서 전해져오는 감각으로써 벌충하려고들 하는걸까

어찌보면, 아니 어떻게 봐도 끝도없게 오만한 발언이지만 나는 이제 그러지 않을 수 있을것같다

그건 그렇고, 시쳇말로 신세계라느니 안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느니 하는 경험을 유감없이 만끽한 후 집에 돌아와서 우리집 에이스인 K501을 비롯한 내 새끼들을 하나하나 다시 들으며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지

나 얘네들의 소리를 더 얘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있는 이놈들도 이렇게 무궁무진한데 다른거 더 사들일 엄두가 안나ㅅㅂ거짓말임

심지어는 오르페우스와 
HD800이 잠깐 보여준만큼 인식의 수준이 넓어진걸 숨쉬듯 지속적으로 느끼는 중이고, 뭘로 듣는 음악소리 말고 생활소음까지 더 절절하고 더 진짜같애

내가 소유한 헤드폰들의 모자람을 전보다 명백히 깨달은 딱 그만큼, 이놈들이 보내주는 소리를 더 많이 더 속속들이 분간할 수 있는건 물론이다

여전히 즐겁다고

근데 이런걸 견문을 넓혔다고 하는게 맞지?



헌데, 이랬어요 저랬어요 뭐같아요 끝내줘요 식으로 용쓰면서 오르페우스의 소리를 묘사했어야 구색이 맞는건데 내가 그러질 않아서 읽으러 찾아주신 여러분중 많은 분들이 섭섭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 연똥색으로 씌여진 정전형 스피커의 구동원리중에, 내가 느낀바가, 예컨대 무빙코일에 대비하여 감상자 개인의 기호에 따라 좋거나 나쁘게 느낄 장점과 단점, 또 다른걸 의식하거나 비교하려 하지 않아도 고유하게 드러내주는 특색에 대한것이 다 들어가있다

바로옆에 마침 돈주고 살 수 있는 무빙코일 헤드폰중 가장 퍼포먼스가 탁월한게 같이 있어서 어찌보면 더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을거야

수고롭더라도 한번 더 차분하게 읽으며 상상이라도 해보시길 바래요

만약 다 뻔하고 한번은 읽었던 얘기 뿐인걸로 보인다면, 아마 나보다 먼저 들어보고 연구해온 분들의 감상이 내가 느낀것과 똑같았기 때문일거다

스탁스니 쿼드니 하는걸 들어본 사람들의 항간에 떠도는 소감은 내가 보기에 전부 맞는얘기였다

그저 살짝 아쉬운게 있다면 HD800을 위해 샘오디오에서 준비하신 기계가 좀...

메리디안 M80이 어설픈 감상용 DAC의 헤드폰 구동부나 중저가 헤드폰앰프보다 못하진 않을것 같은데, 즉 위로 더 올라가봐야 차이가 별로 안나는 고급 엔트리라 쳐도 오르페우스 전용앰프가 진공관인데 그냥 때워버린건 확실히 불공평했다

tr이 그냥 커피라면


진공관은 TOP야


짝수차 배음 빽빽한거만 주목하긔














그리고 샘오디오 홈페이지때문에 그러는데요

fail!

fail!!

FAIL!!!


크롬11, 오페라11, 익플8의 순서입니다

크롬은 그렇다 쳐도 오페라에서까지 테이블이 깨지는건 좀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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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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