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에 서드플레이스라는 행사에 도우미로 붙어서 자잘한 일을 거들러 갔었다

고등학생시절 학교를 결석하면서 난생처음 나 혼자 서울로 기어올라왔던 일주일간의 서너가지 목적중 하나로써 내가 관심을 둔 이후, 여태까지 내게 어색한 호칭인 DJ가 되어버리기 전까지 자주 인터넷과 현실을 통해 그런데 놀러다니고 좋아라하곤 했었다

당시 서울에서 살았으면 코스프레도 두세번 했었을게다

그로부터 10년정도 흘렀으며, 중간에 3년가량 전혀 흥미없이 다른데에 바빴던 기간을 넘기고 생긴 여유를 나는 그런식으로 느긋하지 않게 소비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동전넣고 단추누르면 뭐를 뱉어내는 자판기처럼 만들어내는 많은 떡밥중 하나인 오타쿠라는 기표를 앞에 놓고 생각해봤다

제국 일본의 시절 그쪽동네 학자랄지 좀 분별있다고 자부하던 작자들이 식민지 조선을 통해 바라보았던 모든 것에 대해 남다르게도 가식을 떨던것과 비슷할 것 같은데... 그렇겠지 어휴

하여간 11시에 입장 시작하는걸 뻔히 알면서도 7시부터 달려와서 줄서 기다리고, 그러다 행사장에 들어와 비슷한 다른애들과 호들갑을 떨며 얘기하거나 뽈뽈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나름 일주일어치쯤 될 용돈을 홀랑 털어서 같은 취향의 동인지를 찾아내 사고, 구석진데 편히 앉아 우흣거리며 감상하다가 졸고, 돌아갈 차비를 빼낸 후 남은 돈으로 컵라면을 사먹으면서....아 씨발 진짜 너무 귀엽고 딱하잖아

그냥 별 상관없는 사람끼리 사이를 돈독히 하려는 목적으로 이름을 끌어다 언급하는거야 아닐수도 있겠는데, 이런 아이들의 특징을 어떤 기회로 알아내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속에 그 정체를 까발리고 매도하며 자기 꼴림을 해소시켜오곤 하는 개자식들은 정말 잘못하고 있는거다

상당수가 나이들고 슬슬 철이 들면서 발을 떼기도 한다는 카더라의 통계랄지 혹은 걔네들의 이너써클 안에서 벌어지는 남달리 추잡한 스캔들같은건 대화의 껀수로 적절하게 짭짤하긴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사실 이들중 절대다수의 지독하게 곧고 절실한 탐미근성과 순박함 때문이지 절대 얘네의 열등성을 증거하지 못한다는 말이야

흥분을 주체못하며 이상하게 버릇든 말투로 온갖 망상을 떠들면서 좋아할 때의 초롱거리며 빛나는 걔네 눈동자를, 그런 예쁘고 흐뭇한 우리곁의 진리를 어떻게든 마주볼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라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거다

그리고 내생각에 얘낸 미학자다

크게보면 존나 뻔하게 틀이 잡혀있는 가치와 개념의 매트릭스의 안에서만 노닐며 머리좋은 다른애가 새 떡밥을 생성해서 던져주기 전까지 그거만 파먹고 산다는, 그리고 작게보면 즐기는 방법론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가 온통 표리부동의 페티쉬즘일 뿐이라는 두가지의 큰 맹점이 있지만 하여간 얘넨 미학자다

내숭없이 너무 뻔하게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걸 상상치 못하고 법식과 절차에 젖어 눈치보면서 사는 다른 사람들에겐 징그럽겠다만, 근데 니네집 강아지나 어린 조카가 내숭떨면서 이쪽으로 안오고 이뻐해줄 생각으로 손대려고 할 때마다 지랄하면 너도 기분 나쁘잖아

술과 접대부, 취한채로 벌어지는 낮선이들 끼리의 번식행위, 악플질, 운동경기와 드라마 관전, 자산증식의 잡테크따위로 살 낙을 마련하거나 또는 카페에 앉아서 붕뜨는 헛소리만 주고받다가 시간됐다고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두시간동안 또 앉은채로 붕뜨는 멀티미디어에 혼을 빨리는 일상만 반복하는, 말하자면 오덕이지 못한 그밖의 다른 사람들의 자본가가 설계한대로 움직이는 삶으로는 아무래도 자기랑 다른 가치체계를 욕할만한 명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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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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