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기를 꺼려하는 새다
내려앉아 깃을 고르며 자애를 쪼아먹고, 마주보이는 태양에게 수줍은 반짝임으로 응대하는 행성마냥 그에 답하여 충성을 바치고 싶다
위대하고 큰 인격의 어느 한켠 자리를 내어얻어 쉬며, 산악을 짙밟고 바다를 건너는 역사를 등 위에서 훔쳐보는 꿈을 어느날인지 어느밤엔지 꾸고선 이렇게 되어버렸다
나의 날개는 때때로 펼쳐졌다
지난 날 망설임없이 깃들어보려 택했던 몸뚱이를 박차고 날아선다
너무 고결하고 지나치게 뚜렷한 이상속의 틀로 이놈저놈을 재단해보다 까탈스럽게 단념하는 나에 대해 이번에도 생각하며, 창공에서 잠시 정신을 쉬게한다
입이 있기에 그저 집어넣으면 몸을 상하니, 깃털을 뽐내려 분별없이 떠오르고 옮겨탐도 지양함이 마땅하겠지
다시 내 마음이 차오르고 바빠지게 할 둔덕이 나타나면, 적어도 어제의 이전까지 한번 기대볼 속셈으로 단가를 맞춰보던 큰 짐승보다는 더 훌륭할거라 단정하며,
나는 내려앉겠다!
먹을 필요가 있어 생명엔 입이 있고, 날을 필요가 있어 나에게 날개가 주어졌다
삶들이 부대끼는 땅 위의 어느곳에서도 더는 못찾을 사랑을 구하는 한편, 세상가득 차올라 망울진 겸허함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마음 밑바닥서부터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정당한 훈육으로 다스려 날 향상시키어 기꺼운 마음으로 그이의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큰 새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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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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