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멀고 아련하여 어느 때 갑자기 흔적없이 기억만 남기고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념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몽상과 탐구라는 본능을 부여받아 태어난 소년들은, 대개 이 예견된 상실의 직관에서 비롯하는 신비로움을 거부하지 못한다

매료된다

전율한다

일컬어 소모적인 종류의 큰 쾌감에 홀리어 결국 자신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사내아이가 끌어모아 거느렸던 수많은 장난감과 친구와 짐승과 부하들이 이날 이후부터 하찮아져 쓸모를 찾을 수 없게 됨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일어나는 필연이다

허나, 이내 잡을 수 있으리라 여기고 호기롭게 덤볐으되 될리가 없다

처음 본 예쁜 저것을 휘어잡아 내것처럼 마음껏 부리고자 하는 그들의 무구한 욕심은, 처음 본 순간 신기한 저것을 절대로 얻을 수 없으리라 판단내린 명백하지만 막연한 저쪽 무의식에서의 판단으로써 말미암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특별한 기쁨의 뒷면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무시무시한 다른것이 있어 모습을 숨긴 작용으로써 곧바로 시시각각의 갉아먹음을 개시한다

인하여, 그의 굴하지 않으려 하는 의지가 이내 집착으로 오염된다

관심을 끌려는 목적 하에 이런저런 수단으로 거칠게 외치고 부른다

그리고 십중팔구 이로인해 실패한다

마치 손을 담그면 산산이 깨지는 물그림자처럼, 모습이 없어진다

조금 후에 다시 보이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또다시 잃기는 진정 싫고 그저 바라봄으로 만족해야만 함을 아는 어중간함과 어쩔 수 없음에 그저 가슴을 쥐어짠다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사연은, 전해져 내려왔듯 미래의 어느때 까지도 절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룰 수 없으리라 뻔히 알기에 더욱 원하여 추구하고, 변함없이 그 끝에서 결코 바라지 않았던 눈물만을 조금 받고 쫒겨날 따름이다

이것을 낙심이라고 부르자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전적인 풍요와 갈등이 세상에 내린다

또한 부산물로써 사소한 몇가지 격정의 기록도 함께 남지만 후세의 사람들에겐 막연할 따름이며, 공평치 아니하고 부조리한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진실이다

오롯한 무엇이 엉겁동안 홀로된 처지를 알아챈 어느 때에 자신을 가르기로 했던 결정이 우주와 우리라는 답을 얻었다

그러니 먼 후예로써 그를 기리기 위하여 내가 태어났음을 알게 된 피조물들은 마땅히 그에게 고마움과 찬양을 바쳐야만 할 것이다

속절없이 최초의 사랑을 끄집어 내던지며 자신을 지운 그의 몸짓을 불완전하나마 흉내내는 의식으로써, 맨 처음 출현한 외로움과 찰나간 외로웠던자를 추억하자

후손의 후손은 대를 이어 나고지고 뜨겁게 홀로 부둥켜안은 채 빛을 밝히다 붕괴하는 별의 서글픈 완수에 경의와 격려를 표하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서로를 좋아하기 위해 더는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리움과 애정을 쥐어짜고, 그리고 한번 더 우리서로 좋아해야 해

어떤 지금의 직후에 누구의 변덕으로 인류원리의 우주상수가 바뀌어 세상이 온통 허물어질수도, 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는 또다른 누군가가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후회할 틈도 없이 모조리 지워질지도 모르니까

아니, 온 우주의 엔트로피가 더 갈데없이 차올라 모두가 다시 하나로 만나게 될 그날까지 쉬지말고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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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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