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니까 뜨거운 그런게 있다고 한다

나는 느릿느릿한 놈이라 내내 나이보다 늦었다

배우는것도 늦고 얼굴도 어리고 기타등등et cetera

그러다 중간에 확 하고 따라붙거나 추월도 해봤지만 키만큼은 더 커지지가 않았다

남들이 뜨겁다던 그 시절에 불도 안붙었던가 싶구나


그처럼, 상당히 느즈막히 알아챈것이 하나있다

바로 올해가 되어서.

이에대해 젠체하며 내 주관대로 정리하여 누구에게 이른다면, 건성으로나마 같잖음을 감추는 감탄과 동의들을 할 것 같다

그리고아마도, 뜨거움은 나이들수록 감퇴하는게 아니다

그랬다면 잘못된게 아닐까?

나는, 적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나마 오롯한 내편으로 끌어오고자 함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심각한 일인지 이제 겁을 낼 수 있을만큼 느끼게 되었다

사실은 그렇게나 그를 원하여 안달하는것이 이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일개 욕심일 뿐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앞에서, 나는 이름도 옷도 지위도 몸마저도 모두 잃고 속삭임같이 가느다란 무엇으로 남아 세상의 나머지 모든것과 마주서는 암담함을 깨닫는다

오래우린 아쌈잎의 떫음이 익숙한 이에게는 단맛도 허락하듯,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호러에 얼핏 견줘보고 싶어지는 이 고독과 무기력의 뒤에 숨은 그만큼의 희열이 반짝이며 날 부르기에, 그 하나에 홀린 나는 포기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리하여, 전능한 초월자가 나타나 내게 소원이 무언지 물을 그날에 내가, 이루어주지 말라고, 그것은 내것이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하리라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조금 요령과 나태를 알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마음은 이렇다고 한다

하기는 누가 듣고 대신 다 이루어주는 소원같은것은, 그가 반드시 목적한 인생 단 하나의 별을 향해 떠나는 그런 것 만큼은 해줄 수 없으며, 좋기는 좋지만 엄연히 그보다 하찮은 다른것에 대한 도움만이 가능함을 지금까지 나를 뺀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로또1등의 당첨자의 십중팔구가 잠깐 좋았다가 가족까지 죄다 끌고 무덤속으로 뛰어들고야 마는 결론으로 가버린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터이다

근데 먹고살기 힘들다고 먹고만 사느라 갈길 안찾은 죄를 물어 비웃지 못하겠다

이딴걸 비로소 오늘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라 내코도 석자가 넘는다


그래서

나는

믿고 원하는 것만을 하겠다

너무 진지하고 뜨겁고 성급한 과려過慮와 잔머리가 도리어 역효과를 일으키곤도 하던 세상사 불확정한 사연들의 전례가 두렵기는 하다만 그러나,

솔직하게,

떳떳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후회가 없도록,

열심으로, 또한 만족치 않으며,

나의 단 하나의 예외를 제한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가로써 가능하다면 내놓을 수 있는 모든것을 치를 것이고,

차근차근 아주 천천히, 결국은 완성한다

이른바 "주님의 종"이라는 헌신적이고 성실한 자타칭으로 무장한 신앙인과 나의 차이는 여기에서 갈라진다

그들은, 최선을 다한 후 쥐고 있던것을 내려놓은 두 손을 마주잡고 바라는 결과의 실현을 기도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가진 알량한 것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옆에 끼고 갖고싶은것이 있는곳을 향할 뿐이다

이루어지리라는 희망도, 될대로 될 것이라는 인샬라도, 애써 판단가치를 갖다붙이는 당위나 정의도, 심지어 하면 된다하는 무모함마저, 내겐 별것도 될 수 없다

니체가 죽여버린 저들의 그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귀한것을 감히 바라고 좋은것을 기꺼이 원하는 나의 의지만을 믿겠다

'아햏햏 >  혼잣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Four to The Nada=( )  (0) 2010.01.27
불안의 알맹이  (0) 2010.01.13
제목이 내용이고 내용이 제목이로다  (0) 2010.01.09
Posted by 우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