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다

정리를 하다말고 다른 재밌는거에 정신팔려서 구석에 방치해둔 글이 한 예순꼭지쯤 되는 것 같다

몰라 어떻게 되겠지 썅

그러니까 오늘, 방금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오늘.

즉 토요일동안 나는 홍대 근처를 나돌아다녔다

합류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십분가량 미뤄져서 가다말고 어슬렁질을 하다가, 서로 안면이 있는 형님중 dj로서 남성으로서 사업가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대장으로서 전적으로 멋있다고 그나마 유일하게 생각하며 흠모하는 분과 길에서 마주치고 오랜만에 악수도 했단다

그러고 나서 친우의 공연을 위해 함께 포스터를 붙이고, 홍대앞 놀이터 프리마켓의 말 그대로 시장판 가운데에서 잼을 나누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옛날이 좋았더란다 하는 꼴값같은 생각을 했다

너나의 분별없이 각자 장기를 발휘하며 그날의 하루를 화목하게 나누던 추억은 간데없다

젬베와 색소폰과 셰이커를 들고나와 소리를 내고있는 그 놈년들은 연주를 한다는건지 눈치를 보는건지, 주변에 자리잡고 다른걸 하던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는건지 한숨을 쉬려는건지.

그 장소를 한 십년넘게 지켜온것도 아닌 주제에 옛 생각을 했다

즉, 심지어 십년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졸라 변했고 상했다

딱하고 한심한걸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추억하는 시절도 더 오래된 망령들을 실망하게 하던 때였다는걸

하여튼 2011년에 접어든 후 하늘도 가장 높았고 다른 사람들이 춥지 않다고 할만큼 날씨도 좋은 토요일이라 바람쐬듯 돌아다니며 벽보로 진상질을 좀 하고 왔다

나와서 걷고, 들어가서 앉고, 감정과 뜻을 뱉고, 칼로리와 맛을 삼키고, 서로서로 아옹다옹하던 나아닌 시민들의 겉보기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던 정확히 그만큼, 리히터 8.9에 강간당한 옆나라로 인해 내 마음이 심란할리도 없다

천재지변은 자연이어서 자연스럽게 계속 터질 것이고, 집 밖에 나서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으며 기꺼이 스스로를 제공할줄 아는 즐거운 날씨도 정도를 더해가며 올해의 겨울 전까지 계속계속 이어질 테니까

그리고 그때 같이 놀고있던 일행은, 만주와 한반도와 필리핀이 몰락해가건 말건 혹은 그로 말미암아서 열도의 제국이 욱일승천하던 리즈시절 에도의 흥청망청 풍요롭던 불야성이, 우리가 인파에 둥둥 뜬채로 거닐다 심신미약이 되어버렸던 그 거리에 겹쳐 보이듯 떠올랐다는 개드립질을 치더라

아참 삼성전자, 포항제철, 현대기아자동차 니네들 축하한다

당장의 협력관계에 차질은 생기겠지만 나이스 아니냐

그밖의 비슷한 다른 회사들도 좋겠고, 그런데 후지락이랑 붙어서 날로먹던 지산밸리는 어떡하지 이제-_-

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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