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아햏햏/ 혼잣말 2006. 8. 8. 23:57

그를 보며 어떤이들은 여름의 정취를 말하고
 
그를 보며 누구는 외래종의 생태계파괴를 입에 담는다
 
어느땅에 살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믿고 살은 무슨색이며 머리칼의 색과 키와 체취와 언어가 어찌하든 우리는 한가족인데,
 
하물며 저어기 가로수 잎사귀 뒤 그늘녂의 매미가 토종이면 어떻고 먼데서 온 덩치크고 우악스러운 외래종이면 또 어떠하랴
 
 
라이터 반토막만한 검은 친구들이 있다
 
수많은 시인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이말저말 갖다대고 칭송해준 그녀석이다
 
끈기과 인내의 표상이자 변신의 상징. 매미
 
인간종족 선생은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매미의 허락도 없이 그들의 삶을 날조한다
 
다른 생물과 무생물을 거짓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그들을 닮기 원하는건 온 세상에 인간밖에 없다
 
그러니까, 나는 매미같은 삶을 꿈꾼다
 
그의 음성은 비록 소리이기에 귀로써만 느끼지만, 그러나 태양과도 같은 찬란함을 뽐내며 나를 눈물짓게 한다
 
이내, 전원이 끊어진 마냥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어느 때 별안간 그의 삶이 끝이 난다
 
자신을 태워 삶을 증명해주던 이름모를 매미에게 애도를...
 
순식간에 그대를 잊고 또다른 매미의 외침에 정신을 팔겠지만,
 
나는 잠깐이나마 너를 흠모했었다
 
나는 매미의 삶을 꿈꾼다
 
나는 매미처럼 살고 싶다
 
나는 매미가 되고 싶다
 
 
어쩌면 나는 어느지역의 외래종으로써 누군가의 감정적 배척을 받을지도 모른다
 
출신과 종족에 구애받지 않고 공평하게 박해를 가할, 소음을 무엇보다 심각하게 꺼려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음량의 다소에 따라 약간의 격차를 두는것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중에는 있을지 모른다
 
오늘도 변함없이 건축물의 숲과 식물의 숲을 넘나들며 꺼끌하고 날카로운 노이즈를 뿜어내는 매미
 
 
매미가 있다!
 
그들은 아마 나보다 먼저 매미의 삶을 희망했던 자들일게다
 
매미가 운다!
 
그들 윤회의 굴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흘러가고 있다
 
매미가 운다
 
졸립다
 
꿈을 꾼다면 나는 매미가 되어있겠지
 
 
 
 
 
 
 
 
 
 
 
 
 
 
 
 

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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