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해서 음악이 나온다면, 또한 누군가가 그것을 듣는다면 바로 그때 음악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김춘수님의 시에 등장하는 "꽃"처럼, 음악은 누군가가 들어주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그리고 이것을 녹음하고 저장해서 다시 들려줄 수가 있는데, 우리가 Play 또는 再生이라고 부르는 ▶단추를 눌러서 이것을 들을 수 있고 이 때 음악이 저장되는 공간 또는 공간적인 무엇을 매체Media라고 부른다.

정리 : 누가 들어야 음악이다. 매체에 저장해서 다시 들어도 된다.


디제이는 무엇인가?

디제이는 다른이가 만든 음악(이 담긴 매체)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음악을 만든 사람과 음악을 듣는 사람의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자이며, 자신의 해석을 통해 대신 들려주고 대신 갈채를 받는다.

곡을 만든 아티스트를 향하는 디제이가 있고, 듣고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디제이가 있는가 하면, 그자리에 꼿꼿이 서서 가만히 있는 디제이도 있다.

스스로 어찌 생각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기준도 모호하지만, 세번째 유형의 디제이는 어쨌든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멍텅구리이거나 노래를 온전히 소화했거나의 둘중 한가지로 나뉘어진다.

정리: 디제이는 매체의 도움을 받아 노래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가운데에서 이어준다. 좌우지간.


한편 디제이라는 직업을 보이는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 방송디제이

둘. 클럽디제이

셋. 파티(출장)디제이

넷. 플레이어

첫번째는 그다지 설명 안해도 될것같다.

방송도 미디어의 일종이라고만 알고 넘어가자.

두번째의 클럽디제이는 아시다시피 클럽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디제이이다.

클럽이라 하면 싸이월드의 커뮤니티플랫폼인 클럽이 있고, 때리는 몽둥이도 클럽이라고 부른다.

뒤의것은 동음이의어일테니 제끼고, 의미상 앞의 클럽이 모여서 춤추고 술마시고 맨앞에서 디제이가 까불락대는 바로 그 클럽과 비슷하다 할 수 있을것이다.

말하자면 본래의 클럽은 그처럼 일과가 끝난 늦은저녁 심심하고 쓸쓸한 영혼들이 모여들어 함께 노는 공간이었다.

미치광이가 아닌 한 평소에는 못하는 몹시 즐거운짓을 해야 하니 술도 진탕 퍼마시며 춤을 출것이고, 한편으로는 수컷과 암컷으로 가면을 바꿔쓴 남녀가 서로에게 꼬리치고 뻐꾸기를 날리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때때로 수확한다.

좀더 똑바로 말하자면 일상의 일부, 그 동네 장삼이사가 살아가는 한 장면이라는 말이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했을테지만, 이러한 양상의 클럽문화는 본래 우리나라에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청담동, 이태원, 홍대등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망하곤 하는 이른바 대형클럽과 인스턴트 짝짓기로밖에 클럽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위와같은 클럽의 본질적인 요소를 정확히 알 수 없을것이다.

뭐니뭐니 하더라도 클럽은 음악을 (함께)즐기고,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두가지가 클럽이라는 공간의 본질적 요소, 즉 충분조건이다.

따라서 클럽의 디제이는 여럿이 (즐겁게)들을 수 있는, 그리고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어야만 한다.

정리 : 클럽은 많은 사람이 음악을 함께 들으며 춤추고 노는곳이다. 클럽디제이는 그러기에 적당한 음악을 들려줘야만 한다.


한편, 잘난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또는 조금먼저 외국어를 들여쓰는 현상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간혹 의식적으로 클럽디제이를 레지던트Resident 디제이라고 부르며 으쓱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명칭또한 클럽디제이의 또다른 조건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데, 단어가 말하듯 클럽에 붙어서 근무하는 디제이라는 뜻이다.

이해하기 쉽게 다시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회사의 기준에서 수습사원이라고 부르는 직원과 같은 경우이며, 그러니까 직무를 배우면서 잔심부름도 하는 디제이라는 뜻이다.

적당한 우리말로 바꾸면 직원디제이, 붙박이디제이가 되겠고 나이트같은 곳에서는 집지키는 디제이라는 의미에서 하우스House 디제이라고 부르는데, 밴드공연장이나 단란주점같은 곳에 항시 붙어서 연주를 하는 밴드가 있을경우 같은의미에서 하우스밴드라고 부른다.

정리 : 미숙한 디제이는 클럽에 붙어서 음악외의 잡일도 도우며 근무한다. 이런 경우를 한정해서 레지던트디제이라 부르며, 클럽디제이에 포함된다. 가게사장은 인건비도 아낄 수 있다.


세번째의 파티디제이 또는 출장디제이는 레지던트디제이처럼 항상 붙어있는게 아니고 특별한 행사(파티)가 있을때에만 나가서 음악을 들려주는 유형이다.

갖고다니는 음악은 클럽디제이와 같을수도, 다를수도 있으며 다른 경우는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나 장르이지만 최소한 그 행사에서는 들으며 놀만한 음악일수 있고, 대개 유명세나 인맥으로 디밀고 들어간 경우다.

어찌보면 레지던트를 제외한 클럽디제이와 의미가 겹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정리 : 가끔 음악트는 디제이도 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디스크 플레이어Disk Player로써, 굳이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하이파이의 어떤 세계에서 어느 저명한 일본 평론가가 만들어낸 개념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와는 상관없다.

정리 : 이건 몰라도 돼요



부록

아래 보라색 글은 2009년 7월 16일에, dj의 필요충분조건에 관해 이런저런 주장을 나누며 소일하던 친구들 읽어보라고 적었던 글이다

처음 올린곳은 여기

안만든다기보다 못만든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지만, 어떤사람이 그에대해 비판적이든 신경안쓰든 홍대언저리쯤을 마음의 고향으로 두고있는 국내 디제이중에 작편곡에도 정성을 쏟는 사람이 그동안 없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과연 디제이가 반드시 음악을 (잘) 만들줄 알아야만 하는걸까?

막말로 디제잉 잘하고 음악 못만들면 누구말대로 그냥 겉멋든 판돌이지만 음악 잘만들고 디제잉 못하는 사람을 작곡가나 프로듀서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디제이라곤 못하는거자나

지들도 실제로 내세울것도 없고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미사여구 동원해서 낮두껍게 허세도 부려보고 컨셉도 잡긴 하지만, 디제이라는 캐릭터의 근원과 유래를 음악가나 아티스트보다는 차라리 잘노는애, 음악 많이아는애, 양아치, 딜러, 브로커, 매춘앵벌이에서 찾는것이 더 옳다는걸 그들도 알고 우리도 알고있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물론 다른사람보다 조금이나마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낄테니 그 경험을 우려내서 뭔가를 만드는것도 좋겠지

하지만 제목으로 내세우는 특정한 이름이 있다면 그것만 잘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하겠고 작곡가라면 자기의 곡을 잘 만들어서 팔아먹으면 그만이야

어디어디 장사 잘되는 큰클럽 레지던트랄지 앨범도 낸 누구, tv에서 노래하고 춤추던 누구, 모델하던 누구누구를 다 포함해서 디제이라면 당연히 디제잉만 잘 하면 돼

디제잉이란게 악기연주나 작곡, 노래등에 비해 겉보기에 그럴듯한 상태까지 올라가기위해 필요한 기간과 연습이 적은것도 물론 사실이고 따라서 다른 유형의 음악인들에 비해 전반적인 지식이나 기술수준, 음악을 대하는 태도면에서 나태하긴 하지

십수년간 단추누르고 플래터만지던 사람보다 밴드나 엔지니어링이나 실용음악쪽에서 최근에 건너온 몇몇 사람이 곡도 더 잘만들고 디제잉할때 악곡의 구조와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고 더 정확한 믹싱을 보여주는것도 사실이고,

그날 몸상태나 기분의 문제도 있고, 라이브의 특성상 미리 다 정돈시켜서 마스터링한 음악에 비해 일정부분 어수선한 측면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내가 알거나 모르는, 심지어 나보다 짬도 오래되고 나이도 많은 디제이들의 플레이를 들었을 때 감탄하고 기꺼이 뛰놀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경우보다 아쉬움을 느끼게 한 사람이 더 많기에 굳이 음악도 안만드는게 뮤지션이 어쩌고저쩌고를 운운하며 비난을 가하는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일부다수의 실망스러운 디제이를 빼고 그래도 좀 하는분들이 있는것도 사실이야

그리고 곡 자체를 나름대로 새로이 만들거나 다른이가 제시한 주제로 리믹스한것만 인정하지 말고 믹셋이란것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 취향과 감각에 맞지 않는건지 하여튼 최근 잘팔리는 일렉트로하우스와 일렉트로텍, 미니멀등의 음악이 몇년전의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무뇌적(이래서 나쁘다거나 싫다는 의미는 아님)인 측면이 있기에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클럽 댄스뮤직을 이루고 있는 각 파트와 악기트랙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것의 패턴을 이용해서 어떻게 구조를 추정하는가, 두개이상의 곡이 겹쳐있거나 주도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의 이퀼라이저 운용은 어디를 중심으로, 어떤 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각 음악의 스타일과 장르, 특성과 그에따른 장단점 및 용도, 음악을 구성하는 소리의 어우러짐, 만약 가사가 있다면 그 메시지등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가, 지금 이 디제이는 남이만든 음악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가등을 가능한 추측하며 머리싸움을 벌인다는 생각으로 믹셋을 들어보면 어떨까?

만약 단순 감상자나 비평과 비판을 염두에 담아놓고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고 디제잉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많이 힘들고 애매할수도 있지만 믹셋이란게 bgm개념으로 한두번 들어보고 좆같다며 까댈만큼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야

그리고 참고로 이때 믹스컴필이나 인터넷라디오는 누구누구라며 이름을 내세운 믹셋과는 목적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청자로서 똑같이 심각한 태도로 들을필요까지는 없을것같고,

정리하자면, 작편곡이든 디제잉이든 연주든 잘한다는 기준이 각자의 처한 상황과 믿음, 취향에 따라 같을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자음악이 좋아서 듣는 사람으로서 엄연히 파티음악과 전자음악과 클럽음악의 중요한 요소인 믹셋과 디제이의 믹싱에 대해 알고 느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이건 좋고 이건 나쁘다, 이건 훌륭하고 저건 형편없다 이런 발언을 하는건 잠깐은 통쾌한 기분이 들지 몰라도 따지고보면 자기만 손해나는 짓이라는게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꽃은 꽃이라고 불러준 그때부터 꽃이 되는 법이라고


'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빙코일 유닛을 구성하는 부품과 기능  (0) 2009.04.23
쓰고보니 삼천포. 게인과 볼륨Gain and Volume  (1) 2009.04.22
Bassmelody  (0) 2009.02.02
Posted by 우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