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스터Schinster

인물탐구 2011. 7. 1. 11:16

뭔지도 모르고 요걸 보러 갔었다

무슨 대회를 열고 입상자들 전시작을 몰아놨다고 하는데, 거기에서 쉰스터의 작품과 만나게 되었다

그의 홈페이지에 전시내용이 그대로 있으니 또/일단 한번 보자

대상이랍시고 맨 뒤쯤에 설치를 해놨드라

심지어 유일한 외제 이름인데 그걸 또 3음절의 한글로 네모반듯하게 써놨고 전시작중 유일하게 말로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아마 나 말고도 가본 사람들 모두에게 제일 또렷하고 제일 오래가는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키워드는 포지셔닝)

나더러 같이 보러가자고 꼬신애는 내가 화면앞에 앉아서 주목하고 있으니까 다가와서,

거기 전시해놓은 스트릿드라마라는 프로젝트로 올핸가 작년에 느닷없이 나타났고 참 자알나간다는, 불편한 사심이 깃든 어필을 한다

걔한텐 미안한 견해지만, 나에게 무척 긍정적인 감흥을 일으켰기에 어차피 집에와 찾아볼 생각을 바로 했었고 걔가 날 인셉션하려는 무의식을 드러내줘서 그에대한 반감으로 더욱 흥미가 꼴렸었다

검색을 때려보니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서로 아는 사람들의 응원이었고, 자기 이름걸고 굴리는 블로그에선 아무래도 상냥한 멘트밖에 표하지 못하는그래놓고 트위터를 이용해서 찌든 욕구를 방출하는 원만한 사회성의 인물들이 싸질러제낀 좋은말도 좀 눈에 띈다

그런데 스트릿드라마의 취지와 원리와 그거에 우선해서 자기가 하고있는 모든 창작행위의 이념같은걸 일목요연하게 밝힌 동영상의 나레이션이 지구카스트를 지배하는 최상위계층 백남캐가 유창하고 풍요롭게 지껄이는 영어라서, 전시품의 작가랄지 행사의 취지나 뭐 그런 정보를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들어간 나는 오판을 하고 말았었다어머나 제대로 들어보니까 발음이 조선스타일이네 죄송합니다

쉰스터가, 마흔은 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며 그렇다면 백인남성일 것이고 자기 힘으로 당당하게 세계적인 주목을 얻었고 선진기법으로 미개한 자생종 바나나들의 눈을 깨우쳐주려 초빙에 응하셨고.. 등등으로 말야

하지만 다 보고 전시장을 나설 때 쯤(쉰스터의 전시영역은 출구 근처였다고 했다)부터 같이갔던 친구의 포섭을 목적으로 한 로비질에 별수없이 받은 영향도 있고, 구글 검색결과의 첫페이지에 걸린, 지배적 주류언론 조선일보와 몇달 전 치렀던 인터뷰에서 굳이 뭐 상관없는 그의 신분을 알게 되어 결국 굳이 재수없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냥 한쿸청년이더라


굳이 뭐 상관없지만 우리는 굳이 잠정적인 가산점이랄지 호감의 핸디캡을 매기기 위해 어떤놈인지 굳이 궁금해들 하잖아

그렇게 진퉁(급)영어의 목소리까지 내세워서 뉴욕놀이나 하니까 문갑식 선임기자님의 쉴드에 따르면 소문과는 달리 경제적인 뭐는 별달리 없게 살고 있더라도 베일속에 숨어서 부당하게 이름값을 올리는덴 크게 성공했고 그러니까 인생 암담한 친구들한테 미움을 받지

내가 나레이션의 목소리와 이해하기 쉬운 명쾌한 논리와 대상답게 다른 전시작과 확실하게 격차를 두는 퀄리티등으로 미루어 추측했던 쉰스터 30대 백인 도래자(교수)가설은 틀렸지만, 사전정보 없이 그 꼬라지를 봤던 모든이들은 거의 다르지 않게 굳이 연상하여 반감을 품거나 부왘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해서 억울한게 아니라 억울하게 시작해서 그것의 근거를 찾거나 지어내야만 마음이 안녕하고 등록금 반으로 접어달라고 무리하게 떼쓰기도 하는 그런 정서에 속해있는 일반예술인(무직 내지는 프리터)의 자의식은 이 쉰스터라는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다

물론 나는 언제 복학할지 정하지 않고서 빈둥대는 조려대 경제학과의 찌꺼기이자 내이름으로 발표한 싱글한곡 파티한판 없고 제목으로나마 어느곳에 소속조차 되어있지 않은 채 방안에서 먹고노는 폐급 dj니까, 즉 예술계 선배(졸업 후 일정기간 방황하다가 포기하고 더 선배한테 비벼서 비정규 교직에 몸담았음)들의 생계를 위한 금전(등록금)을 상납해서 (함께 푸념할 )인맥을 감사히 제공받지는 않았으니까 약오를 필요같은건 없지 :)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많은 친구들은 진심으로, 그리고 나는 우스개로 생각하는게 하나 있다

'나도 조나단이나 리로이나 말콤이나 필립이나 루이스나 사이먼이나 도미닉이나 ▶◀타블로같은 외제이름 줏어다가 예술적이지 않은 사바사바질로 유명해져야지! 道급 이상 지자체행사 포스터도 그려주고 대기업 사회캠페인도 따내고 봉급대신 심사료 받아서 먹고사는 원로들도 구워삶아놔야지! 어딜봐도 나보다 나을게 없는 저놈도 저렇게 떠서 조선일보에서 다뤄주잖아. 여기저기에다 잘 깝쳐놔서 연예계 셀렙의 베프 포트폴리오에도 포함되고 공중파는 빡세니까 케이블쪽 어느 프로에 패널로 나가고 하지만 신정아처럼 추하거나 낸시랭처럼 유치하거나 쉰스터처럼 재수없지는 않을거야!

이런거말야

하긴 이만큼이나 가상하고 시시콜콜한 포부를 품을 인격이면 뭘 해도 되겠다

이를테면, 내가 느낀 승부의 관건인 논술말이지

생각해낸 스스로가 경멸스러울 저정도(나도 힘들었다)의 욕구를 꾸역꾸역 단어로 다 토해내서 싸이 비밀글로 정리할만큼 비위가 좋다면 쉰스터처럼 논리정연하고 그때문에 얕보이지만 당대성이나 화제성을 얻어낼만한 작업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느끼기에 쉰스터가 이처럼 단기간에 먹어주고 오해받고 관심을 끌어당기는 인물이 된 힘은, 역수입콜럼버스가 밑에 깨서 세운 달걀처럼 알고보니 별것은 아닌 애티튜드보다는 별거 아닌거나마 '그래요 별거 아니에요 근데 뭐임마' 라고 하듯 또박또박 있는대로 고해바치는 방식이었거든

물론, 콜럼버스의 달걀과 마찬가지로 다른애들이 연애와 연예, 공명심, 좌파적사회정의, 지름신, 열등감등의 잡생각을 떨쳐내질 못하고 맛이 가있는 시점에 또렷하게 초점을 잡은 채 홀로 시시하고 보편적인 어디쯤을 주목하며 즐겁게 매진한 끝에 결국 상품화를 완료해버린 재능과 태도의 빼어남도 있다


어쨌건, 분야를 떠나서 말 제법 잘하면서도 말갖고 장난치다가 제 무덤을 파지 않는 이런사람 또 하나가 빛을 봤다고 생각하니 약간 기뻐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걸 논술이라고 한다

잡스의 키노트도 논술이고(인문학 갖다붙이지 마라 큰얘기 지껄인다고 니 주둥이가 비싸지는거 아니다), 욕쟁이 지젝도 인문학자가 아니라 논술꾼에 불과하단다

흠 그런데 논술을 잘하는 세 사나이에게서 어쩐지 사람들이 미워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군?

그러니까 우리나라 작가들 뒤늦었지만 이제부터나마 말공부 시작하자

먼저 이루어낸 유사장르의 용역업 동료에 대한 피해의식에 치여서 정신놓지 말고, 인지체계가 혹시 좀 독특할망정 지능은 평균 이상이라서 그바닥에 계실터이니 쉰스터처럼 욕먹고 하지 않을까 하는 김칫국을 마실지도 모르겠다만, 그런 쾌적하지 않은 잡념도 아주 훌륭한 소재니까 집중하고 첫글자를 지금 써라

그렇게 글질하는 버릇을 들인게 비로소 시작일거야

근데 류시화나 원태연처럼 펜으로 딸딸이치면 안된다

그리고 민족결벽성 그런거 발휘하지 말고, 만약 능력 된다면 여우같은 신재희씨를 본받아 영어로 쓰자(독일어나 스페인어도 효과좋다 초안은 우리말로 짰을테니 그걸로 자막깔면 ㅇㅋ)

명함도 유대경전에 전해져온 너무 흔한거나 직종에서 유래한 촌스러운거 말고 좀 참신한거 찾아내서 새로 파라

잘 되나 보자 병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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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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