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비트매칭은 둘 이상의 음악간에 박자가 찍히는 시점을 일치시켜서 가능한 좀 덜 어색하게 음악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소한 기술이다

bpm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1분의 시간동안 박자가 몇번 때리는지를 뜻하며 따라서 이 숫자가 클수록 박자가 더 촘촘하여 일반적으로 더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댄스뮤직의 갖가지 아종과 사생아들을 둘러보면 대략 특정한 서브장르들 끼리는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거의 비슷한 bpm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비트매칭이 조금이나마 더 편하고 또 걔네끼리 연결하는 과정중에 일부 한쪽 내지는 여러 음악들에 가해질 너무 큰 피치의 이동으로 인한 소리의 열화가 생기지 말라는 의미가 되겠다

그냥 뭐 별거아니고 그렇다더라고....

그건그렇고 사람귀가 시간축상에서 서로 떨어진 소리를 별개인 두덩어리로 나누어 인식할 수 있는 한계가 50ms라고 한다

ms는 1/1000초니까 사람귀의 시간분해능은 1초의 1/20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어라?! 하는 사람이 혹시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맞어

1/20초라는 기간은 다른 방식의 표현으로 하면 20Hz의 한 싸이클이고, 이게 바로 가장 낮은(느린 빈도로 흔들리는) 가청주파수의 아랫쪽 끄트머리잖아

그러니까 1/20초보다 짧은 기간은 가청주파수의 영역으로써, 귀가 잠깐 집중해서 이 소리의 음고(Pitch라고 해야 더 익숙하겠지? 제기랄)가 어느정도나 되는지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20초를 넘어가면 귀는 그때서야 비로소 아, 또다른 소리가 있었구나하고선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것이지

어딘가 좀 비합리적인 메카니즘이지만 청신경이 애시당초 감지대상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속성을 지닌 음파로 정하고 진화한 것이니만큼,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근데 여기서 그냥 만약에라고 지껄여본 다음에 우리들 사람말고 다른 동물의 청력에 대해서 상상해보자

돌고래나 박쥐의, 위쪽으로 훨씬 더 넓은 초음파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아주 흥미롭겠지만 별로 소용은 없는 찌짓수가 될 것이고, 그 대신 가청주파수의 아랫쪽 한계에 대한건데말야

사람보다 가청주파수의 하한이 더 낮은 동물이 있다고 해보자구

통크게 5Hz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하는거다

5Hz면 1초에 다섯번 출렁대는 것이니 1/5초이고 또한 200ms겠군

더 낮고 중후한 톤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하이파이 오덕들(중에서 특히나 꼰대들)이 우와아~ 하고 좋아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근데 얜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청신경이 그렇게나 낮은 음파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만큼 소리끼리의 시간차에 대한 인지는 더더욱더 둔해지게 된다는 말도 되잖겠냐

사람의 가청주파수 하한이 20Hz라서 1/20초보다 더 좁게 붙어있는 소리를 나눠듣지 못 하듯이, 얘는 5Hz라서 1/5초보다 가깝게 따닥! 하는건 구분 못한다

더군다나, 음파를 내보내는 스피커의 발음체(진동막)가 커질수록(넓어질수록) 낮은 소리를 더 잘 내는것과 마찬가지로 음파를 받아서 느끼는 고막도 더 커야(넓어야) 아무래도 저주파음에 대한 감도에서 유리한데, 아무리 가정이라 하더라도 5Hz까지 받아들을 수 있는 귀를 상상해야 된다면 그런 물리적인 조건도 고려하지 않을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여기까지 이야기된 상상의 동물이 실제로 있다면, 고막이 상당히 넓고 귀기관도 그만큼 크고 덩치도 그에맞게 큼직하고 소리끼리 나눠듣는 능력도 굼뜬(당연히 대응도 그만큼은 느릴) 그런 제한들이 나오게 된다

전혀 무관한 비약을 하나만 더 해보자면, 이런 구조와 규모의 생물체라면 보다 작은 다른것들에 비해 열역학적으로 수명도 꽤 길거란 추론도 가능하고 말여

아니아니 여기서 어떤 교훈이나 결론을 얻어보자는게 아니라 그냥 그럴거라고

그럼 이제 다시 50ms로 돌아가보자

비트매칭이 둘 이상 음악의 속도를 가능한 같게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리고 물론 진행속도가 같으면서 때리는 소리가 동시에 겹쳐나오지 않으면 말짱무효다(근데 북소리 안겹치면서 같은속도로 맞추는게 더 힘들더라)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박자가 쿵짝거리는 시점을 50ms미만으로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말이 되는거겠지

가장 흔한 경우를 두가지만 보자고

먼저 128이랑 129

저 숫자는 1분에 때리는 횟수니까, 60으로 나누면 1초에 찍히는 횟수가 될거잖아

128bpm을 60으로 나누면 2.13333333333333......이고 129bpm를 60으로 나누면 2.15인데, 더 빠른 129bpm의 초당 빈도로 128bpm의 빈도를 빼면 0.0166666666666666..이 나온다

말로 바꿔서 설명을 하자면 128bpm과 129bpm의 두 음악을 동시에 시작했을 때 한 박이 찍힐때마다 0.01666666666....초씩 시간차가 누적된다는 말이야

ms단위로 표기하면 16.66666666...ms가 되는것이지

즉, 채 한마디(4박)도 다 진행되기 전에 이미 쿵!쿵! 하며 겹쳐나와야 하는 북소리가 뚜닥따닥우닥딱!하는 말달리는 상태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그 순간의 낭패감을 각자 떠올려보며 잠깐 쉬자

자 다음으로 두번째.

이제 128bpm의 피치를 거의 129bpm에 근접시킨쪽이랑 그냥 129bpm을 대보자

128bpm을 129bpm에 가장 덜 차이나게 근접시킨 피치퍼센트는, 가장 흔한 파이오니어의 cdj를 비롯한 대부분 기기의 기본설정인, ±10 또는 0.5로 표시된 피치범위 기준에서 16칸 끌어당긴 상태인 0.80퍼센트이다(±6에서 26칸 당긴게 사실은 보다 정밀하게 가까이 하는 피치퍼센트지만 누가 그거쓰냐 있는줄도 모르더라 대충 넘어가라)

이때의 정확한 bpm은 128에 1.0080을 곱한 129.024이다(왜 소숫점위치가 헷갈리게 확 이동한건지 궁금하지? 너무 뻔한 이유라서 내가 뭐부터 설명해줘야 될지 종잡을수가 없으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또 넘어가라)

그리고 이거를 60으로 나누면 2.1504가 나오는데, 그냥 129bpm을 60으로 나눈걸 여기서 빼면 0.0004, 즉 0.4ms가 된다

그러니까 bpm이 0.24차이까지 근접한 상태라면, 동시에 시작해서 한박씩 진행함에 따라 0.4ms씩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는 거지

따라서 이 경우 두 음악의 박자가 찍히는 소리가 완전히 서로 떨어지게 되는건 125번째의 박자를 두드린, 대충 1분 이후가 된다

얼래?

근데 실제론 안이렇잖아 나 뭐한거지?

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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