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인물탐구 2009. 5. 26. 13:48

추기경이 떠나신 뒤의 어느날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큰아버지의 울음을 보았다

아비를 잃은 듯 짝을 잃은 듯 친구를 잃은 듯, 슬프게 우셨다

흰머리가 더 많은 그 연세에 길잃은 아이처럼 거리를 방황하고 마음도 기댈데를 잃고 떠돌았다 하셨다

동네아저씨처럼 빙글빙글 웃으시던 대통령이 바위에서 떨어진 그날

늦게 일어나 뉴스나 뒤지며 배를긁던 내앞에 느닷없이 떠올랐던 그 문구가 몇일이 지난 지금 다시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내 눈에선 아직 눈물이 나오지 않았고, 허물어질것처럼 슬픈기분도 들지 않는다

조건반사처럼 어떤이들을 욕하지도 않았으며, 이제서야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느니 다음투표는 절대로 하겠다느니 멍청한 망발을 내뱉지도 않았다

화장해서 뒷산에 야트막한 무덤이나 지어달라고 하신것 같았지만 경복궁이 어쩌고 서울광장앞의 닭장차가 저쩌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별생각이 안들더라

멍하게 있다가, 밤샘게임 후 창백한 얼굴로 여의도까지 나가서 취임식을 보고 4일뒤에 훈련소에 들어가며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었는지를 생각해냈고, 후보단일화와 당선인시절 좌파성 매체에서 함께 언급하던, 제명대로 다 살았으면 지금처럼 전설적인 입지에 오르지는 못했을거라는 링컨과 (특히)케네디도 떠올랐다

이명박과 전두환이 보낸 꽃이 밟히고 으깨진 사진은 제법 꼬소했지만, 그의 유언처럼 아무도 원망하지 않을란다

다만, 룸펜프롤을 자처하는 내 되바라진 깜냥대로라면 그의 목숨을 내놓은 최후의 승부나 다름없는 이 사건을 기화로 장차 우리가 정말로 구태한 세력을 대의민주주의로써 떨쳐낼 수 있을는지가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어느 땅의 어느 역사엔들 그런일이 없었으랴만은, 나는 우리의 마음속에 간직한 보석이 깨지는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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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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